시집 “시간의 입” 발간-김주연 시-

하영자 기자(spark0027@hanmail.net) 2011-08-20 16:35


               
바다 노래하는 해양경찰 시인

태안 서부파출소 김주현 경사 시집 “시간의 입” 발간

 
 
 
일찍이 바다를 건넌 사람은 없다.
비록 작은 십리포 해변일망정
거기를 왔다 살며시 돌아갔다면
바다를 건넌 사람이라도
일찍이 바다를 안 사람은 없다.
다만 저 고운 물결 소리에도
물결과 물결이 만나 반기는 소리에도
그간의 미움 씻을 줄 알았던 사람이라면
바다를 안다고 말 할 수 있으리라.
일찍이 바다를 처음부터 사랑한 사람은 없다
모진 돌부리에 발바닥이 베이고
노을 같은 피를 흘려도
그리운 눈물로 수평선을 만져보던 사람은
바다를 사랑하기에 바다에 또 왔다고 말해도 좋으리라.
- 만타 김주현 -
만타 시인 김주현

만타(萬朶) 김주연 시인의 “바다 건너기”라는 시다. 눈을 감고 가만히 시를 음미하면 왠지 모르게 우리에게 친근감을 주는 구절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만타 김주현 시인은 우리와 같은 제복을 입은 해양경찰 가족의 일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침묵을 깨고 12년 만에 드디어 “시간의 입”이라는 제목으로 2집을 발간했다.

태안해양경찰서 서부파출소에 근무하는 김주연 시인은 1963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출생하고 성장하였으며 젊은 시절 꿈꾸던 시인의 길을 닦으면서, 때로는 시에 미친 사람처럼 술을 가까이 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마음을 잡고 1992년 11월 겨울을 앞두고 해양경찰에 입사하여 그 열정을 바다를 사랑하는 국민의 봉사자로서 때로는 법질서를 준수하는 경찰관으로서 업무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꿈꾸었던 소망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소망을 이루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던 끝에 드디어 시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서해안의 아름다운 일몰을 노래하며

1996년 첫 시집“제기랄편”을 발간하여 자신만의 서정을 독자들에게 선보였으며 이와 함께(열린문학)신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 계기로 문단에도 서게 되었다, 또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직업을 갖게 되면서 사명감이 충만한 작품도 창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보함과 아픔이 공존했던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독자와의 대면을 다시금 원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가슴 저리도록 숨 쉬었던 작품들을 모아 두 번째 시집“시간의 입”을 발간하게 되었다.

꿈도
사랑도
먹지 않은
시간의 입에는
철없는 날
철없이 보내고
어설픈 날
어설피 보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예습과
많은 복습은
살아 있는 자의
몫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이웃집 아가의 탄생과
새색시의 건울음처럼
한때 겪었던 일들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 있다.
꿈도
사랑도
먹지 않는
시간의 입에서

 
사람은 꿈과 사랑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육체의 건강을 위하여 밥을 먹고 술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것과 같이, 내면의 양식으로 자신에 대한 관심, 그리고 서로 나누는 사랑, 고난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으로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철없는 시절을 보내고, 어설픈 몸짓으로 세상을 살아내는 것이 일반적 양상이다.

그러나 시간은 이러한 것들을 모두 포괄하는 특성을 지닌다. 어느 것도 시간속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시간 안에서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은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만든다. 시간은 〈이웃집 아가의 탄생과 / 새색시의 건울음〉까지 품어 안으며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것이 시간의 속성이다.

김주현 시인은 시인이기 전에 해양경찰이다. 우리 국토를 둘러싸고 있는 3면의 바다를 지켜서, 나라를 반석위에 세우는 것이 그에게 맡겨진 임무이다. 그의 하루 일과는 바다에서 시작하여 바다에서 마감하기 때문에 바다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바다와 일체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감격을 실감하면서 친교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는 「창문 안에서」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저 푸른 하늘과/ 저 푸른 바다와/ 저 푸른 산을 바라보는 창문 앞에서/ 나와 커튼은 앞치마처럼 붙어 있지만/ 저 푸른 하늘과/ 저 푸른 바다와/ 저 푸른 산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즉 창문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하늘과 바다와 산을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서정의 실체로 만나기도 한다.

저에게 단속되었던 사람이여
용서해 주십시오
저에게 적발되어 울었을 사람이여
용서해 주십시오
살기 위해 거칠어진 손 내밀던 당신 보며
저는 죄짓는 마음으로 검거했습니다.
우리 둘만 아는 사실이라면 덮어두자고 했습니다.
제 마음 편치 않습니다.
산가 머리 숙여 절합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 「사람에게」전문
만타 김주현 경사 근무 중 이상무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은 수많은 배들을 지도하고 단속하는 것이 중요한 의무다. 이에 따라 법을 어긴 배들을 단속하게 되고, 그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정말 딱한 감정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을 억제하고 본연의 의무를 다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단속의 대상을 향하여 미안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 법질서에 의하면 용서받을 일이 아닐 수도 있으나, 내면의 순수를 지향하는 시인의 입장에서 미안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해양경찰이 입장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시인 김주현은 앞으로도 바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시인으로 그리고 해양경찰의 일원으로 시를 통해 메마른 이들에게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주길 바란다.

(문의 : 태안서 경장 변상옥, 041-675-6521, pyon3310@lycos.co.kr)

 

저작권자 danews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기사평 (0)
댓글 등록 폼

로그인을 하시면 기사평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